파크골프

김영미 수필가
김영미 수필가

일주일에 한두 번 파크 골프장을 찾는다. 걷기와 병행하는 운동이야말로 몸과 정신을 이완시켜 봄기운처럼 활력을 불어넣는다. 내가 사는 인근에 파크골프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여론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무산되었다. 예전부터 마을이든 집이든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소통이야말로 극한 소외감도 떨쳐낼 수 있으리라.

 지난 해 여름이었다.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던 지인이 바람 한번 쐬러 오라는 전언이었다. 마당에 꽃눈이 터지거나, 비오는 날 국수 한 그릇 나누던 도반이다. 바쁠수록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던 배려의 마음이 가슴 깊숙이 와 닿았다. 또한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파크골프장으로 안내했다. 깊은 울림을 품은 듯 산봉우리는 능선으로 이어져 마을을 감싸 안은 곳. 개천을 따라 물소리 정겨운 골프장에는 사람들의 수런거림으로 활기가 넘쳤다. 경사스러운 일은 함께 기뻐하거나 누군가 기다려 줄 것이라던 기대감이 삶을 풍요롭게 하지 않던가.

 그 후 파크골프에 대한 기본 이론을 배우고 익혔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던 길. 숨은 보석 같은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녘하늘을 물들인 분홍빛 노을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주렁주렁 모과가 익어가고, 눈부신 황금빛 

가을 들녘은 부지런한 농부의 곳간이 다름없었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한 집 건너 나 홀로 가정이 늘어난다. 하루 종일 벽을 바라보며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다는 이웃 노인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럴 때 망설이지 말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거나 햇살 한 줌을 쬐면 어떨까. 생각을 바꾸면 행동과 습관으로 이어져 마음을 터줄 첫 걸음이 될 터이다.

 50여 곳이나 되는 도내 파크골프장은 소통의 장이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함께 겪어온 베이비 붐 세대들의 놀이터 같다. 지난한 삶을 지탱하느라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건강을 챙겨 누군가에게 짐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사람은 취향도 나이도 비슷한 이에게 끌리는 법이다.

골프장에서는 표정과 몸짓언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운동 후에는 간식을 나눠 먹거나 소식이 뜸했던 지인을 우연히 만나 반가운 회포를 풀기도 한다. 시골이라 농사지어 갓 따온 호박이나 고구마, 고추 등으로 간단한 장보기는 덤이다. 파크 골프는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 달에 삼 사만원정도의 돈으로 즐길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다.

또한 공을 넣기 위해 집중하다보면 힘들었던 일도 떨쳐낼 수 있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서 강인한 근육의 힘이 길러지지 않을까. 누군가 먼저 “함께 칠까요?” 라고 말하면 친구처럼 한 조가 된다. 43m에서 또 그 두 배의 거리에 깃대가 꽂혀 있는 곳에 공을 넣어야 한다. 순서에 따라 공을 치지만 마음이 그려놓은 곳으로만 가주질 않는다. 공을 칠 때의 각도는 생각처럼 쉽지 않아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작은 오르막길에서는 미끄러져 내리기 일쑤다. 목표물을 완전히 벗어나 엉뚱하게 상대방 라인으로 튕겨 가거나 그물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도 서로에게 안도의 추임새를 넣어준다.

1라인에서 9라인으로 연결된 거리를 오가면 금세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파크 골프는 자신을 다듬어가는 과정처럼 힘의 조율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게 흘러가버리던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일깨운다. 금琴을 연주할 때처럼 강하게 누르면 줄이 끊어지고, 약하면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던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을 날려 보낼 때 선물처럼 홀인원의 짜릿함도 안겨준다. 핵가족 시대에 더불어 살아가며 건강하게 즐기는 운동은 지속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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