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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남강물을 거느리는 의암이여 蒙筆 金會炅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 바위에 처음 부딪쳤을 때는
나도 따뜻한 가슴이었다.
한참을 흐르고 흘러 촉석루 앞에 다다랐을 때는
두려움도 있었다.
의암이 나를 지켜보는 순간 나는 그 앞에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나를 품고, 내 이웃을 품고, 온 남강 물을 그리도 오랫동안
말없이 거느리고도 또 말없이 보내주었다.
각별하게 인사도 나누었다.
하지만 2021년 새해 첫날의 의암은 나를 보고 분노했다.
세상을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고함질렀다.
세상이 이토록 어려워지도록 너는 무엇을 했느냐 큰 소리 쳤다.
“나는 그저 흐를 뿐입니다” 라는 말에 호통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하라고 당부도 한다.
더 이상은 두고 보지 않을 것임도 일러주셨다.
민족의 영상 지리산 정기를 듬뿍 담았건만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
의암 이시여 !
앞으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흐르겠습니다.
이제는 더 참지 않고 다툴 것은 다투겠습니다.
똑바로 흐르도록 애쓰겠습니다.
에나 에나 다짐합니다.
먼저 이 일에 앞장서겠노라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