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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번진 ‘학폭’…현실의 벽에 부딪힌 KBO와 구단은 전전긍긍
진실공방 속 추가 폭로 이어져…자체 조사만으로는 한계
권희재 기자/뉴스1   |   2021-02-22

타 종목에서 시작돼 번진 ‘학교폭력 미투’에 야구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구단은 사안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접근하려하지만 자체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반복될 여지가 있어 더 신중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들불처럼 번진 학교폭력 이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 중에 과거 ‘학폭’을 저지른 이가 1명이라도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아마도 (10개 구단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프로야구의 학교폭력 미투는 지난 19일 한화 구단의 A선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록되면서 시작됐다. 작성자는 초등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피해 사실을 호소하면서 “A 선수의 이름을 절대 지울 수 없다”며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21일에는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수도권의 D구단의 B선수, E구단의 C선수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B선수와 C선수의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 후배라고 밝힌 이는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집합하고 때렸다”면서 “이번 기회에 그들의 민낯이 까발려지기를 바란다”고 폭로했다. 

 

A선수, B선수, C선수가 과거 학교폭력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라고 밝힌 제보자와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의 주장이 엇갈려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A선수는 최종적으로 법적대응까지 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반박했다. 한화 구단은 이틀간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D구단과 E구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제보를 인지했다. 현재 자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B선수와 C선수는 구단과 면담하면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선수’라는 이유로 팔을 안으로 굽어 사안을 바라보진 않았다. 한화는 제보가 사실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 트랙’으로 조사했다면서 “향후 폭로가 사실일 경우, (A선수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구단과 E구단도 “(선수의 주장만 믿고) 단면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조심스럽게 파악 중이다.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제보자와 해당 선수의 주장을 ‘크로스 체크’해야 하며 당시 관련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객관적인 사실을 취합해 판단하고자 하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부분도 있다. 자체 조사만으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제보가 사실과 거짓일 경우를 모두 대비해 조사를 진행했다. 선수의 미래도 중요하나 제보자의 피해 또한 중요하다. 구단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구단이 할 수 있는 건 ‘탐문’ 밖에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구단 조사만으로는, 한쪽이 철저하게 거짓말로 일관하는 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던 학폭위 개최 내용이 졸업 후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공신력 있는 집단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얼마든지 또 다른 학교폭력 가해 제보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무분별한 제보를 채로 거르기 힘들다. 

 

일부에선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 사태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구단 측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구단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해서 선수가 가해 사실을 순순히 고백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전수조사를 진행하기가 힘들다. 다들 조심스러워해 누가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겠나. 폭력 행위가 있어도 피해자와 합의를 했을 수도 있고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또한, 제보가 왜곡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따로 규정이 있지도 않다. 어느 범위까지 조사하고 어떻게 조처해야 할지도 결정된 게 없다. (야구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결정한 것은 없다. KBO 관계자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력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선수의 프로야구 입단 시 필터링 시스템 구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그렇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등 법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선수가 청렴 서약서를 허위로 기재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지도 법률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규약도 ‘어떻게’ 변경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정하고 납득이 되는 규약을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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