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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금요단상> 기업은 권력과 결탁하면 반드시 망한다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   2021-01-07
▲ 명리학자·역사소설가

전 박근혜 정부가 경제에 역점을 둔 사업이나 기업의 명칭 등을 보면 반드시 '창조'란 말이 들어갔다. 문화를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는 고용이 없는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정치·경제적 위상에 비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평가 절하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연구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문화'란 가장 정의를 내리기 힘든 단어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다양한 층위와 범주를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명실공히 IT 강국으로서 기술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어 왔고, 국내의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전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ICT 기반의 콘텐츠 산업 육성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한 전략 등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수용됐던 상황이다. 거기에 비해 창조성이나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문화융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대개 모호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호한 개념을 이용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편승해 정부를 등에 업고 사업을 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순실 사건으로 드러난 차은택 본부장이 맡은 '문화융상본부' 역시 창조란 말이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즉 '문화창조융합본부'라는 명칭이다. 아이카이스트(대표 김성은)는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불리며 급성장한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이카이스트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170억 원의 향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의 전남편 정윤회 씨가 이 회사를 통해 수백억 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면서 권력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4월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아이카스트를 방문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직접 시연하면서 정계와 재계 고위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찾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을 정부가 주도하는 상(賞)이란 상은 모조리 거머쥐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아이카이스트는 두바이와 싱가포르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고 10조 원, 100조 원 등 조(兆) 단위 수출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영국 AIM(대체투자시장) 상장계획도 내놨다. 그런데 이 회사 대표(김성진)가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AIM도 분식회계 의혹 등이 드러나 무산됐고 정윤회 씨의 동생 정민회 씨가 아이카이스트 싱가포르 법인장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성진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후원자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비선실세 비자금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2013년 박 대통령 방문에도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면서 최순실 사건과의 관련성도 수사 대상이 됐다.

 

기업이 권력을 등에 업으면 반드시 망한다는 것을 알려준 대표적인 사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지식인 사업에서도 보았듯이 기업이 정권을 등에 업고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통령, 장관 등이 방문한 기업은 반드시 사고를 낸다는 말도 나돌았다. 지난날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케이트 등 벤처기업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혹사건은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때에는 1조 원 벤처기업 신화로 세인의 주목을 받은 모뉴엘 대출사기도 있었다. 수출입은행 등이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당시 정책금융, 보증기금, 정부 R&D자금 등을 빼먹겠다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고 하니 박근혜 시대에는 권력과 결탁한 기업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원을 노리고 정치에 기생(寄生)해 축재(蓄財)를 하겠다는 벤처기업 치고 어느 역대 정부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기업은 권력과 결탁하면 반드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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