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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묵상] 코로나19가 현대인에 던진 근본적 물음
현대인들, 쾌락이 선(善)…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망각
윤구 기자/뉴스1   |   2020-06-17
▲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제공)



21세기 인류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도취돼 있었다. 자신의 오감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쾌락만이 선이고 행복이라 주장했다. 20세기 말에 새롭게 발견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새로운 시대를 구가할 발판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쾌락을 강화하고 세뇌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조지 오웰이 우려한 '빅 브라더'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그런 쾌락을 전달하는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다. 이들이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쥐고 현대인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있다. 미디어는 물질을 숭배하고 과소비가 미덕이라고 설교한다. 인간은 육체적인 건강과 쾌락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면, 벌꿀들이 벌집의 작은 틈을 막기 위해 수집한 수액도 탈취한다. 남극의 고래나 펭귄이 먹이인 크릴도 싹쓸이해 복용한다. 인간은 벌이나 펭귄의 건축도구와 먹이도 훔친다.


현대인들에게 쾌락이 선이다. 우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쾌락에 중독돼 있다. 중독은 속성상 더 강렬한 중독을 원한다.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쾌락을 원하고 즐기면서 자신들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블랙홀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우리는 그런 상상을 극대화한 문화를 첨단이라고 찬양하며, 그런 착각을 행동이나 물건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천재라고 떠받든다.

 

▲ 빈센트 반 고흐 '죄수들의 원형보행'-유화, 80x64㎝, 1890, 모스코바 푸슈킨 미술관 소장 (뉴스1 제공)   


◇현대인 쾌락적생활…2020년 1월부터 비참하게 무너져


그런 착각은 2020년 1월부터 비참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기원이 아직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는 '왕관' 모양의 이상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공생하고 있는 동물들과 식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 나름대로, 최적의 생존을 보장하는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20세기 인류는 거룩한 경계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폭군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스스로 왕 노릇을 하려는 인간들에게 '왕관'을 쓴 모양의 바이러스를 선사했다. 6개월째 접어든 이 전염병은 우리를 아직 놓아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신기한 전략으로 우리를 한참 괴롭힐 작정이다. 인류가 쾌락 문화를 근거한 생활을 절제하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구축하지 않는 한, 이 바이러스는 항존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40만 명 이상이다.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사망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0일 비대면 한국어 수업을 참관하고 직접 수강생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뉴스1)   


현대 대중문화는 대면, 토론, 그리고 승복의 기술이다. 현대인들은 멋진 건물에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치열하게 개진하고 토론해 배우며,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차선의 의견을 선택하고 승복하는 문화를 구축해왔다.


스톤헨지, 이스터섬 석상, 피라미드, 지구라트, 예루살렘, 메카, 콜로세움, 타지마할과 같은 유적들은 대면문화의 총아들이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들을 방문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인류는 또한 이 염원을 담은 건축물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지 근처에 만들었다. 박물관, 미술관, 놀이동산, 종교시설은 인간의 정신적이며 영적인 쾌락을 위한 공간들이다.


현대인들은 멀리 유적지나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한다. 그들이 교양인으로 행세하기 위해서는 유명한 해외 박물관 한두 곳 정도는 방문해야 한다.


서양국가들이 18~19세기 제국이었을 때, 자신들이 정복한 나라로부터 노획한 유물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기어코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페르가몬박물관, 바티칸박물관 그리고 에르미타주박물관과 같은 명소를 방문하며 인간들이 남긴 천재적인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


인류는 이미 20세기 말에,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기술적인 혁명인 '인터넷'을 발견했다. 현대인들은 아직도 시대착오적으로 근대가 발견한 이성주의와 낭만주의가 구축한 문화에서 안주하고 있었다.


19세기 말 이미 철학과 예술 분야에서 근대의 틀을 깨는 인물들이 등장해 인류에게 새로운 문법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니체는 서양의 두 기둥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넘어서는 현대철학을 말하기 시작했고, 프로이트는 인간관계와 소통의 핵심은 겉으로 드러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다윈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운이 좋은 유인원이란 사실을 알렸다.

 

▲ 롯데리아 무인 주문 기기 (뉴스1 제공)   


◇코로나19, 쾌락문화를 언택트(untact, 비대면)문화로 변화 계기


20세기 초 인류는 현대를 시작했지만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과 같은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인류는 여전히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철학, 문학, 그리고 예술 분야에서 '탈현대'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 시도들은 근대의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반동일 뿐이다. 현대가 시작한 시점은 2020년 1월에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을 쾌락을 위한 도구를 넘어서 현대문명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해보라고 촉구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 모임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해 습관적인 말들을 삼가고, 온전한 자신을 탐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에머슨, 소로, 니체, 카뮈, 사르트르, 피카소, 로스코, 자코메티와 천재들이 주장했다는 '자기극복'이 현대정신이 아닐까? 지구의 중요한 일원이자 자산인 인간이 창조해야 할 현대 문화의 모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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