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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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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윤 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2019-08-26

▲ 장보윤 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보윤아! 네가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을 갖고 일한 지도 벌써 12년이 지났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긴 시간동안 너에게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너를 웃게 했던 일, 울게 했던 일 모두 모두 앞으로 네가 사는 동안 네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값진 경험들이라고 생각해.


넌 보훈섬김이가 되기 전에는 무급·유급봉사원으로 일을 했었지. 봉사라는 것이 대가를 받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네가 유급봉사원을 하게 된 계기는 봉사의 대가로 받은 그 돈으로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 줄 수 있는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국가유공자이신 시아버님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늙고 병들고 지친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지. 그러던 중 2007년도 드디어 보훈섬김이라는 행운이 너에게 찾아왔어. 보훈섬김이로서의 12년 7개월,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고 기쁜 일도 많이 있었고 화가 나는 일도 많았었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어르신을 돌봐드렸지만 어르신이 아닌 자식들로부터 불만과 불평을 들었을 때 너는 많이 좌절하고 그로 인해 보훈섬김이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지. 그럴 때면 너는 어르신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그 위로에 또 한 번 마음을 다잡곤 했었지.


지금은 수원 보훈원에 가신 어르신은 자식이 없어 방문할 때마다 "여기서 더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나는 아무도 없는데…" 그 걱정을 하셨지. 그 걱정에 너는 무의탁 할머니가 마음 편히 가실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보훈청에 전화해서 물어봤지. 보훈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할머니를 보내는 마지막 날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지만 긴 세월을 홀로 보냈을 할머니의 외로움을 알기에 가슴으로 많이 울었었지.


또 다른 어르신은 치매가 심해 밥을 드시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곤 하셨지. 전기밥솥의 밥이 노랗게 변해 있고 상해서 버리고 새 밥을 해 드리려고 하면 밥 훔쳐 간다고 화를 내시고 쫓아내는 일이 수차례 반복돼 도저히 집에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너는 읍에 사는 동생한테 연락해서 요양원에 가시게 했지. 차에 태워 요양원에 모시고 가던 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르신의 그 뒷모습이 아련거려서 너는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지.


건강이 좋지 않아 딸이 있는 대구로 이사를 하신 어르신. 거동이 거의 되지 않는 할머니를 대신해 어르신께서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지. 육체적으로는 많이 지쳐 있지만 할머니를 챙기시는 할아버지의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건강한 부자였었지.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갖다주기도 하고 봉사단체에서 나오는 생필품도 챙겨 제일 먼저 갖다주고 했었지. 늦은 밤 어르신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모시고 가 자녀가 올 때까지 밤을 새기도 했었고. 힘들기도 한 날이었지만 정말 뿌듯한 날이기도 했었어.


보훈섬김이로 12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어르신들을 잘 보살펴 준 니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훈섬김이로 어르신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욕심내지 말고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묵묵히 그분들의 옆을 지켜줬으면 하는 거야.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너라면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까!

기사입력 :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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