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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고금담리(古今談理) (82) : 5월에 ‘삼효(三孝)’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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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2019-05-07

▲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고향에 한 번 다녀왔다.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면서도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사는 형편이라 늘 부모님께 미안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뵈러 가고, 전화도 자주 드려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산다는 핑계로 언제나 마음뿐이다.


들어가면서 카네이션에 어머니 핸드폰도 한 대 새로 사 갔다. 폰은 왜 사 갔는가? 그동안 잘 써 오던 핸드폰을 어머니가 고사리 삶는 솥에 넣고 '푹~' 함께 삶아버렸단다. 참으로 배꼽 빠질 우스운 일이지만 하루하루 걱정이 쌓여가는 요즘이다. 어머니의 판단력과 기억력은 자꾸 떨어지고, 저하된 청력은 생활에 더 큰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비교적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해를 거듭할수록 노쇠해 가는 속도는 빨라만 간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기에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도 고향에 들어간 김에 아버지께 이발을 해 드렸다. 내가 아버지께 이발을 해 드리는 일도 벌써 30년을 훌쩍 넘겼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이지만 아버지 머리를 만질 수 있다는 건 내겐 얼마나 큰 축복이고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목욕탕에 함께 가서 등을 밀어드리거나 이발을 해 드리는 일이 내게 큰 기쁨이기도 하지만, 아버지께서도 자식에게 몸을 맡겨 놓고 잠시나마 시간을 공유하는 것에 만족해하시는 것 같아 참 좋다. 별것 아니지만 나름 보람을 느낄 수 있어 마음 또한 뿌듯하다. 이발이 끝나자 아버지는 머리를 만지며 한마디 하신다. "아 참 개운하고, 이발도 아주 잘 됐다." 옆에 있던 아내가 "아버님은 거울도 안 보고 어찌 아세요?"라 하자, 아버지 대답이 압권이다. "땅에 비친 그림자를 보니, 참 잘 된 것 같구나."


그랬다. 그날 햇살에 비친 마당은 아버지한테 거울이었던 셈이다. 아버지의 특기는 '감탄'이다. 늘 감탄을 달고 사신다. 그래서 참 좋다. 모시고 밖으로 바람 한 번 쐬러 나가면 풍수도 모르시면서 "아~ 참 명당이다." 영화관처럼 그런대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에 가면, "그래, 돈 벌어먹고 살게 참 잘해 놨다." 그냥 찬물 한 모금을 마시고도 "아 시원하다." 뭐라고 감탄할 말이 없을 때는 "그것, 참~" 대충 이런 식이다. 아버지의 감탄은 늘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앞으로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더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언젠가 '한자의 이해'라는 대학 강의 시간에 효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쳐주지 아니하고, 자식은 봉양을 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 않으신다.(樹欲靜風不止, 子欲養親不待)"는 내용과 함께…. 그리고 제안을 하나 했다. 우리 모두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가면서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전화 한 통씩 드리자고. 그리고 왜 전화했냐고 물으시거든 '그냥~'이라 대답하자고….


'그냥~'이란 말, 목적 없는 무한의 사랑을 표하는 말이다. 문삼석의 시 중에도 '그냥'이라는 동시가 있다. "엄만 / 내가 왜 좋아? / - 그냥… // 넌 왜 / 엄마가 좋아 // - 그냥…". 그렇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그냥' 사랑이다. 조건이나 바람이 없는 그냥 사랑. 이런 '무조건적' 사랑으로 이 세상 모든 가족들이 항상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증자(曾子)의 가르침인 '삼효(三孝)'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가장 큰 효도는 어버이를 존중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잘 봉양하는 것이다.(大孝尊親, 其次弗辱, 其下能養.)"라 했던가. 쫓지 않아도 속히 가버리는 게 세월이고, 기다리지 않아도 너무 빨리 다가오는 게 또한 세월이다. 부모님께는 세월이 비켜갔으면 좋겠다. 아니, 지나가더라도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등 밀어드리고 이발해 드릴 수 있도록….

기사입력 :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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