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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봉산 자연인(?)에 대한 단상(斷想)

“진정한 관용과 베풂, 그리고 ‘반성의 시간’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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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욱 기자 2019-04-17

▲ 구정욱 기자
10년간 한 끼만으로 살아온 진주 비봉산 자연인(?)이 최근 절도 행각으로 인해 경찰에 검거됐다.


진주경찰서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키 170cm에 몸무게 56kg에 불과했던 피의자는 한 끼만으로 살아 온 탓에 몹시 초췌한 모습이었으며, 인근 농막 등에서 절취한 물건이 라면이나 음식물, 휴지, 옷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121차례에 걸쳐 사찰과 농막 등에서 절취한 금액도 150여만 원에 불과해 1만 원 남짓한, 말 그대로 '생계형 절도'였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고 보도자료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비봉산 자연인'이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비참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장발장'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내용의 전개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삼일 굶고 남의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50대 후반인 자연인 피의자와 장발장의 삶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양어선을 타다 10년 전부터 비봉산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생활해 온 그는 연이은 '사기'와 '폭행' 피해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산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물론 비봉산 자연인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변 농가나 사찰에 대해서는 따로 특별히 드리고 싶은 말은 없다.


하지만 그의 절도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한 생존을 위한 월담(?)이었고, 피해 사실이 비교적 경미하며,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의 험난한 사회생활의 피해자였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 이번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 그나마 '따뜻한 정이 있는 우리 사회'라는 것을 사회구성원인 우리들 모두가 충분히 보여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점은 비봉산 자연인의 나이가 많고 적음이나, 사회의 관대한 배려에 대한 피의자의 인식 여부 등을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 정신적 멘탈(!)이 나약한 속칭 사회적 루저들에 대한 배틀 위너들의 최소한의 에티켓에 다름아니고, 무엇보다 그를 이렇게 만든 사회 전반에 대한 책임의식의 공동체적 보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르기를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서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라거나,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에 어설픈 관용을 베푸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거나, 또는 '그 나이 먹도록 도대체 뭐 했느냐'며 행위자의 책임을 묻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뉴스에 보도될 법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회적 낙오자가 다름 아닌 우리의 형이나 아우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엄정한 법의 적용보다 '따뜻한 사회의 보살핌'이 더욱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주장에 동조한다.


적어도 비봉산 자연인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물품을 훔침으로써 엄연한 우리네 사회규범(Norm, 規範)을 어겼지만, 우리 사회에는 남의 생명이나 재산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빼앗고 짓밟아도 그가 처한 사회적 지위나 인간적 연결고리로 인해 유야무야(有耶無耶) 되는 일이 적지 않았던 점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관용과 베풂'은 이미 전국 뉴스화돼 사회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비봉산 자연인에게 반드시 행해져야 하며, 타인에게 너무 각박하고 야박하게 굴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생각해 온 이기적이었던 우리 모두에게 둘도 없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기사입력 :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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