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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칼럼> 한글 만들기 이전의 우리 고유한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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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2019-01-28

▲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지금까지 발굴된 고고학적 유물이나 옛 기록들을 통해, 우리 민족은 이미 삼국시대 때에 우리 고유의 글자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자들이 과연 어떤 글자인가? 또는 글자의 지위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것인지?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글자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글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본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의 만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곧 "우리나라 말과 중국말은 근본적으로 다르기(어순) 때문에 우리말에 맞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이다. 훈민정음 만들기 이전에 선조들께서도 나름대로 우리말에 맞는 글자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우리 민족은 고유의 글자가 없던 시기에 중국의 한자를 빌려 썼다. 이웃 나라 중국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자연히 한자도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는 중국의 한자로 우리말을 적은 고유한 우리 글자 향가, 이두, 구결을 만들어 사용했었다.


 그 대표적인 신라의 글자 향가가 있다. 향가 표기 글자는 우리말의 어순에 따라 의미소(어근, 어간)는 한자의 뜻으로, 말본소(조사, 어미)는 한자의 소리로 표기했다. 이것이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전형적인 빌려온 글의 표기 방법이다. 그러나 이 글자(향가)는 사용법 체계성의 결여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따라서 향가 표기 글자로써 우리말을 적었는데, 뜻 부분은 한자를 바로 빌려 쓰는 데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표기법이 이두의 출발이 되었다.


 다음은 이두의 표기이다. 이두 글자는 우리말을 어순에 따라서 적되, 의미소(어근, 어간)는 한자를 그대로 쓰거나 한자의 뜻으로 표기했다. 토씨(조사)나 씨끝(어미)은 한자의 뜻을 떠난 소리로 표기했다. 그러나 이두 표기는 때로는 한자의 소리를 취하기도 하고, 그 뜻을 취하기도 했다. 여기에 표기는 일정한 원칙이 없었다. 곧 이두 문체는 한문과 우리말이 뒤범벅이 되었다. 따라서 이두 글자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이두 글자에 이어 구결이 등장하게 된다. 구결 글자는 완전한 중국어 문장(한문)을 그대로 쓰고, 한문의 토만 한자를 빌려 표기했다. 그러나 한문의 토는 중국어에는 거의 없는 문법소(조사와 어미)이다. 곧 문법소를 한문에 되도록 많이 집어넣어 우리말에 접근시켜 그 이해를 빨리 하도록 했다. 원래 '향가, 이두, 구결'들은 모두 일종의 새로운 글자이다. 이는 중국에서 쓰이는 한자와는 전혀 성질이 다른 일종의 새로운 글자이다. 향가, 이두, 구결의 글자의 특징은 한자의 한 부분을 따왔고, 한 음절을 한 글자로 표기하는 음절 글자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의 글자는 우리말의 글자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 실패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우리말의 음절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음절 글자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음절수가 적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말의 음절수는 계산적으로 약 3천 개이고, 실제로 쓰이는 음절수는 약 1천 개이다. 곧 음절 글자로는 글자 1천 개가 있어야 우리말을 적을 수 있다. 때문에 한자를 빌려 만든 음절 글자로는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 성공할 수가 없었다.


 한자에서 음절 글자를 만들어 자기 나라말을 표기하는 경로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가 거의 같았다. 그런데 일본은 한자를 빌려 우리의 이두식 한자와 같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일본말을 적는 가나 글자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일본 가나 글자도 음절 글자다. 그것은 일본말 자체의 음절 조직이 매우 간단하다.


 일본말은 음절구조가 원칙적으로 '닿소리(자음)+홀소리(모음)' 형이어서 홀소리가 5개, 닿소리가 9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말의 음절수는 모두 50개이다. 글자 50개만 있으면 일본말은 적을 수 있다. 일본은 유성이 있기 때문에 그 수는 약간 늘어나지만, 음절을 한자로 표기하려면 한자 100개 글자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래서 일본은 음절 글자가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의 향가, 이두, 구결 글자와 일본의 가나 글자는 같은 음절 글자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 한자를 빌려 자기 나라의 말을 표기하는 데에도 같다. 그런데 한국은 실패했고, 일본은 성공했다. 이두, 향가, 구결 글자는 음절 글자이기 때문에 우리 글자는 1천 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음절 글자는 구조적으로 실패했다. 이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는 제각기 다 다르다. 그래서 음절 글자로서의 한국은 실패했고. 일본은 성공은 했다. 이유는 한국과 일본 두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사입력 :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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