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테스형, 그간 잘 계셨소? 여태껏 형에 대한 '지칭'은 알았지만, '호칭'을 잘 몰라 불편했는데, 최근 훈아 형 덕분에 형을 친근하게 부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래, 먼저 가 본 그 세상은 좀 편안하오, 어떻소? 지금도 악처 형수와 같이 사오? 아님, 이슬만 먹고 사는 천사와 같이 사오? 아니, 그냥 '쬐끔' 궁금해서…ㅋㅋ.

지금 이곳 이승은 코로나19로 참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 세계적인 이 역병을 너 나 없이 처음 겪는 일이라 두려움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고통으로 살아가고 있거든. 저쪽 미국 동네 대통령도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자기도 감염되어 병원신세까지 졌다네, 참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도 지금은 거의 정지되거나 제약을 받고 있고, 여름에도 마스크를 쓰고 화장실에 들어가며 체온을 재거나 신원까지 밝혀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 형!

그런데, 형! 이런 짜증스런 일상에, 엊그제 잠시 위로가 되는 일이 하나 있었어. 아 글쎄, 일흔이 넘은 훈아 형이 오랜만에 방송에 나와 콘서트를 했다는 것 아니오? 2시간 반 동안 눈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가황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는데, 뭣보다 최고의 화제는 역시 형을 소재로 부른 〈테스형〉 노래 아니었겠소.

참, 갑자기 생각이 나는데,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 진짜 형이 맨 처음으로 하긴 한 거야? 지금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전에도 있던 말을 형이 자주 사용해서 형 어록처럼 된 거라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어쨌든 형 때문에 이 말이 더 보편화되고 유명해졌으니, 형이 언제 훈아 형한테 좀 더 자세하게 설명 좀 해줘. 물어봤더니 형도 모른다고 했다매?, 그러면 안 되지 형….

테스형, 이참에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왜 자신을 "알라"고 그랬어? 이왕이면 명령형으로 하지 말고 청유형으로 하지, 자신을 "알자"고. 명령형으로 해 놓으니까 형의 영향을 받아선지 간혹 책임 소재를 놓고 따질 때 사람들이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며, "니 꼬라지를 알라."는 식으로 자꾸 오용을 하잖아? 그래서 마땅한 책임 앞에서도 '나'는 없고, '너'만 있는 것 같애.

우리 옆 동네 공자(孔子) '샘'이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 父父子子.)"고 한 이 구절도 그래. 단장취의(斷章取義)해서 명령형으로 해석하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고, 청유형으로 하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거든.

테스 형, 신성불가침 같은 형에게 '딴지' 걸어 미안해. 그러나 그냥 해 본 소리니 너무 괘념치는 마. 근데, 형! 처음에 훈아 형이 〈테스형〉 노래를 불렀을 땐 턱 빠지게 웃음이 나왔는데, 요즘 혼자 운전하며 흥얼거리다 보면 눈알이 빠지게 아프고 눈물이 자꾸 나. 노안 때문이라고? 아냐. 훈아 형은 그저 와준 '오늘'이요 그저 피는 '꽃'이라 했는데, 내 생각엔 '오늘'이 그저 와준 게 아닌 것 같고, '꽃'이 그냥 핀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래, 형!

테스형, 추석은? 우린 올해 형제들도 오지 말라 하고, 장남인 나만 부모님과 쓸쓸하게 보냈어. 내가 사는 곳이 하동이잖아. 추석 뒷날 부모님 모시고 북천 코스모스 벌판 구경 한 번 다녀왔어. '드라이브 스루'란 말 알아? 차 안에서 구경하는 거.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진짜로 꽃이 '그냥' 핀 게 아닌 것 같더라. 진짜, 진짜로…. 엇, 테스형, 넋두릴 하다 보니 지면이 다 끝나 가. 글을 마쳐야 할 것 같애. 그럼 다음에 또 쓸게, 잘 자요, 형! 소크라테스형!

2500년 터울, 개띠 띠동갑(?) 동생이…. 총총(悤悤)

추신) 형, 편지를 한글로 써서 읽기가 좀 곤란했지? 혹 아직까지 한글을 모르고 살았다면 이참에 틈내서 한글 한 번 배워 봐. 그런 후에 BTS의 K팝도 배워보고…. 한글! 세계 최고의 문자야, 가장 과학적이고 완벽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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