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남발한 거제시…산지관리 체계 개선해야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뒤편 옹벽 산지 절개지가 이번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 태풍까지 2차 내습에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입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7일 폭포수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린 토사와 나무는 바로 앞 주차 차량 3대를 덮친 후 약 8m가량 떨어진 아파트 현관 앞에까지 들이닥쳤다. 토사 유실량이 그 정도라서 다행히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피해 지역은 '급경사지 붕괴 위험지역'이나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예방 대책은 고사하고 사고 위험 경고도 외면된 사각지대로서 인위적 난개발이 피해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인재(人災)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재해 위험지역 지정의 허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거제지역처럼 전국적으로 생활권과 인접한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한 조사가 70% 이상 남아 있는 등 산사태 취약지나 재해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사고는 터질 수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거제시는 별도 점검반을 꾸려 아파트 축대·비탈면과 경사가 몹시 가파른 땅을 전부 조사하고 이번 산사태 지역은 사고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하겠다는 것이지만, 주민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는 등 제대로 될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붕괴사고 지역은 평소에도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렸던 곳인데 이어진 태풍 내습으로 한꺼번에 수십 t이 쏟아져 하마터면 큰 피해로 이어질 정도였다.

거제 지역은 4면의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섬지역 핸디캡이 있는 곳인데 산지 난개발 지역은 앞으로 이런 재난 상황이 일상사가 될 게 거의 확실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올해 폭우를 동반한 이례적인 긴 장마와 잇따라 들이닥친 강력한 가을 태풍에 이은 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는 부·울·경 지역에 정전 침수 붕괴 산사태 등의 상처를 남겼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온 상승으로 태풍은 더 잦아지고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상기후에 대비 난개발은 도시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이슈가 됐다. 거제지역은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산지를 개발해 가파른 옹벽을 세워 아파트나 도로를 만든 곳이 많다. 자연재해 일상화에 대비해 허술한 산지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추석 이후 재확산 우려…고향 방문 자제하자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를 마련했다. 실내 봉안시설 예약제 운영, 온라인 성묘 권장, 귀성·귀경 열차와 고속버스 좌석 50% 줄여 운행하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고향 방문 등 이동은 가능한 한 자제를 권고했다. 추석조차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가 큰 만큼 방역당국으로선 불가피한 조치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다가도 이동이 많은 연휴를 지나면 재확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남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이지만 벌초·성묘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귀성 또는 귀갓길에 고속도로와 국도변 휴게소 이용객도 붐비게 돼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

이러한 휴게소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이 많은 데다 발열체크기 사용, 손 소독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식음료업소 명부를 제대로 기재하는 사람도 적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감염경로 찾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추석 연휴기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2주간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22%대에 달하고 있다. '깜깜이' 확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방역망 밖의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가 많다는 것이고, 이로 인한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들을 통한 집단 감염은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자신도 모르게 확진자와 접촉한 상태서 가족, 친인척 간의 모임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국민 각자가 이동을 자제하는 것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느슨해지면 으레 정부에서는 섣부른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위기를 자초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는 정부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나랏빚을 내서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판국이다. 국민들은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가능한 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은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당국은 적극적으로 고향 방문 자제 확산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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