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론 줄자

▲오미경(하동교육지원청 교육행정지원과장)

사람들은 차임벨에 맞춰
시간을 눈금으로 잘게 분질러 산다

오늘도 시지프스가 되어
책걸상을 밀고 다니는 동료
메모 가득 포스트잇 볼에 붙이고
수많은 눈들이 하루의 길이를 살피다
날카로운 기세로 되감기는 줄자를 편다
오늘 살아야할 길이를 재고 있다

학생들의 축 늘어진 그림자는
3.5미터 코메론 줄자로는 가늠할 수 없는 길이다
어쩌면 줄자를 풀기 전
끝없이 펼쳐질 듯한 눈금을 감춘 몸통이
우리들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마치는 차임벨 소리에
줄자의 몸통에서 나온 꿈들이
교문을 향해 경쾌하게 펼쳐진다

작가설명: 시인정신 2019년 여름호 「분실물」 외 2편으로 등단했으며, 이 작품은 2019년 가을호에 실린 작품 중 하나임

저작권자 © 뉴스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